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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6월호사람을 위한 과정. FHHH friends



며칠 전 미메시스에 다녀왔다. ‘미술관이 된 시자의 고양이’가 놓여있던 책상에 익숙한 제목의 책이 놓여 있었다.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

반가운 제목이었다. 전공 수업인 ‘표현과 매체’ 시간, 좋아하는 건축가를 소개하는 과제가 있었다. 나는 푸하하하 프렌즈를 선택했다. ‘우리는 언제나 과정 속에 있다.’라는 문장은 며칠간 이들의 작업을 주의깊게 살펴보며 여러 번 마주친, 그들의 작업실 벽에 걸려있던 사훈이다.




제목처럼 푸하하하 프렌즈, 세 명의 대표 건축가가 주축이 되는 
설계사무소는 한 건물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과 다양한 일화를 기록한다.

푸하하하 프렌즈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고, 사무소 홈페이지를 열람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대다수의 건축사사무소 웹사이트와는 다르게 프로젝트 
하나하나를 진행하며 그들이 했던 고민들과 생각들, 농담들이 일기처럼 
아카이빙 되어 있었다. 출장에 가서 도플갱어를 만난 이야기와 작업을 하면서 의도치 않게 발견한 요소에 대한 기록들. 이런 자유로운 발상들과 기록이 오히려 건축을 새로운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는 근간이 되는 듯했다.




FHHH |현실처럼 비현실적인


여러 프로젝트들을 살펴보던 중 의아했던 건물이 있다.
창문 안쪽으로 원형 기둥의 형상이 보이는 독특한 입면을 가진 건물.
정확히는 기둥이 아닌 부드러운 곡면을 가진 벽이었다. 콘크리트 벽 안에 
또 다른 콘크리트 벽이라니! 설명을 듣지 않아도 건축가가 작업을 진행하며 많은 애정을 가지고 디자인한 부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당 콘크리트의 둥근 벽은 앞이 아닌, 위를 보게 하는 공간이었다. 
두터운 콘크리트로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면서 다른 상가 건물에 비해 창이 적은 이 건물은, 외형은 평범하고 투박하게 자리잡고 있을지라도, 이 자체로는 평범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어둡고 정신없는 상가 건물 속에 자리잡아 밖이 아니라 하늘을 보게 한다는 생각은 의아했던 입면 디자인의 강력한 
근거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FHHH |바온하우스


<후암동의 추억>, <현실처럼 비현실적인>, <바온하우스>등의 작업을 
보며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거추장스러운 꾸밈이 없다는 점이다. 선과 면, 
덩어리의 조형원리로 건축의 과정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어떻게 보면
화려하지 않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화려한 입면 디자인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에게 읽히는 공간, 간결하게 
이해되며 설득되는 건축적 표현들이 매력적이게 느껴졌다. 오히려 화려한 
기교 없이 직관적으로 이해되는 설득력을 만드는 것이 어쩌면 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푸하하하를 떠올렸을 때 “유쾌하다!”라는 한 문장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들만의 유쾌함 속 건축은 단순한 유희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기존의 건축 담론, 대지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비판적인 유머’를 구사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건축이 도시와 사람들의 삶을 다루는 예술이라면, 그 안에는 유희성, 놀이, 상상력도 함께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 건축은 대개 진지함을 포함하는데,
이들의 방식은 그러한 건축의 진지함에 균열을 내고, 유쾌함을 바탕으로 
기존의 문제점들을 발굴해내며, 공간을 새롭게 바라보는 과정을 보여준다.




푸하하하 프렌즈는 웃음을 통해 공간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젖힌다. 
물론 내가 이들의 의도와는 다르게 과정을 해석하고 있을진 몰라도.

결국 건축은 사람을 위한 것이며, 사람은 웃고, 떠들고, 상상하는 존재다. 
그런 점에서 푸하하하 프렌즈는 웃고, 떠들고, 상상하는 것을 통해 건축에 
대해 사유하며 결국엔 사람을 위한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글쓴이_정수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