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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5월호송파에서 발견한 보이지 않는 선



새로운 관점의 첫 답사

아키텐 첫 답사를 다녀왔다. 이전의 건축 답사에서는 공간의 형태나 
디자인적 요소에만 집중했던 반면, 이번 답사는 조원들과의 논의를 통해
하나의 키워드를 선정하고 이를 중심으로 탐구하는 과정이 매우 신선하게 다가왔다. 특히 공간에 대한 이해를 실험적 접근을 통해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가 설정한 키워드는 바로 고유성이었다.

고유성이란 본래부터 존재하는 사물이나 공간이 지닌 특유한 차이에서 
비롯되며, 이러한 차이는 일반적인 것과의 구별을 만들고, 나아가 경계를 
형성한다. 하지만 문화적 고유성이 공간을 점유할 때, 그 경계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직접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자 했다. 송파 일대의 다양한 공간을 답사하며 이러한 고유성의 경계를 탐구했다.

 


올림픽공원의 나홀로나무


문화적 공간 점유의 경계 탐구

첫 답사지는, 송파구의 상징적인 공간인 올림픽 공원이었다. 본래 계획은 
공원이라는 열린 공간에 비정형적인 돗자리를 설치하여 문화적 공간 점유의 경계를 탐구하는 실험을 진행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날씨라는 변수로 인해 계획했던 실험을 실행하지 못하게 되어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러한 변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실험 방법을 변경하여 답사를 
계속 이어나가기로 결정했다. 



한성백제박물관


빗속에서 조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히려 이런
순간들이 진정한 추억과 낭만임을 깨달았다.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태도 자체가 우리 실험의 일부임을 인식하며, 더욱 의미 있는 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세계평화의 문과 나홀로나무를 지나 한성백제박물관을 방문했다. 박물관은
송파 지역의 문화적 고유성이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맥락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유지되어왔는지를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다. 또한 박물관
건물의 공간 구조와 배치 방식 역시 건축적으로 많은 영감을 주었다.



고유성의 경계를 찾아서


석촌호수에서 고유성 찾기

이후 우리는 석촌호수공원에 도착해 새로운 형태의 실험을 진행했다. 
기존에 계획했던 실험 대신, 줄을 사용하여 원형의 공간을 만들고 공간 
내에서 이동 경로를 제한하는 형태로 사람들의 다양한 반응을 관찰하기로 
했다. 비가 내리고 공원 내부가 일방통행으로 통제된 상황이었기에,
미디어아트가 설치된 다리 아래에서 실험을 진행하였다.


실험 초기에는 공간의 변화를 인지한 행인들이 조심스럽게 경계를 
피해 가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의 행동이 반복되면서 
하나의 문화적 패턴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고유성이란 결국 보통과는 다르게 구별되는 것이며, 이러한 차이가 공간에 드러날 때 사람들의 
행동과 인식에 변화를 가져온다는 점을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었다.

보이지 않았던 문화적 경계를 인지하게 된 사람들의 발걸음에서 우리는 
다름이라는 변화를 확인했다. 각자 다른 크기와 형태의 문화적 경계 사이를 넘기도 하고 피해가기도 하며, 개개인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공간을 경험하는 모습을 포착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문화가 형성되는 순간이 바로 
다름이 모이는 과정에서 비롯됨을 실험을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송파책박물관


지역 공동체의 고유성, 송파책박물관

송파책박물관은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지역 주민들의 삶과 기억을 
보존하는 공간이었다. 이곳에서 우리는 고유성이 물리적인 형태를 넘어 
사람들의 이야기와 기억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형성되고 전달된다는 점을 
깊이 깨달았다. 즉, 문화적 고유성이란 단순히 공간의 물리적 특징을 넘어 
지역 공동체의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서도 유지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고유성 실험을 마치며,

우리는 고유성을 지닌 장소에 작은 변화를 줄 때, 사람들의 행동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궁금증을 가졌다. 그렇기에 공공 보행로에 다양한 형태의 경계를 설정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 사람들의 발자취가 서로다른 방향으로 나뉘었고, 각자의 방식으로 경계를 넘거나 피해가며 공간을 탐색하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관찰을 통해 사람들의 행동에 
각자의 문화적 배경과 개성이 담겨있으며, 결국 개별적인 차이들이 모여 
다양한 문화적 순간을 만들어간다는 사실을 생생히 경험할 수 있었다.

 



답사를 통해, 우리는 공간의 보이지 않는 경계가 사람들의 인식과 행동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깊이 이해했다. 다양한 실험과 관찰을 통해 얻은 통찰은 앞으로 우리가 건축을 접근하는 방식에도 중요한 방향을 제시하지 않을까?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요소와 예측하지 못한 변수들을 섬세하게 고려할 때 우리는 더욱 의미 있고 풍부한 공간 설계가 가능할 것이다. 우리의 실험은 앞으로의 건축적 탐구와 설계에 있어 큰 자산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엮은이_오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