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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4월호매체와 이론으로 짓는
나만의 건축 철학


매체의 발전, 그리고 설계과정에서의 그 역할

설계를 진행하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다양한 매체를 통해 
얻는 영감과 지식이다. 특히 나는 디지털 아카이빙과 건축 잡지를 설계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구로 활용하는 편이다.

디지털 아카이빙의 경우, 과거의 데이터를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해
설계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이는 단순한 기록을 넘어서,
과거와 현재, 미래를 연결해주는 중요한 매개체로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잡지는 또 다르다. 새로운 방향을 설정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설계를 할 때마다 매체들이 제공하는 사례와 
이론을 참고하며 나만의 방식으로 정리해보려는 편이다.

이런 매체들은 단순히 예쁜 건축을 보여주는 걸 넘어서, 공간의 의미나 
사용자 경험에 대한 고민을 더 깊게 이끌어주는 장치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내 설계에 가장 영향을 주었던 건축 잡지와 자주 참고하는 
건축 이론들을 소개해보려 한다.




SANAA와 El Croquis : 나만의 설계 도구

가장 자주 참고하는 건축 잡지는 스페인의 El Croquis. 그중에서도 
SANAA의 작업이 실린 호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서, 건축가들의 사고 흐름을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

Glass Pavilion, Toledo Museum of Art는 비정형적인 형태 안에서도 
독창적인 그리드를 통해 공간을 조직하는 방식을 보여준다. 
SANAA는 자유로운 곡선을 단순한 조형이 아니라, 공간 속 활동과 흐름을 
자연스럽게 이어주는 구조적 장치로 활용한다.



AKU Project Kindergarten Drawing By Byeong seop 1F Plan


이런 접근은 내 설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 과거 유치원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SANAA의 유선형 배치 방식을 참고해 프로그램 간 관계를 
재구성했다. 특히 각 영역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면서도, 각 공간이 
독립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설정하는 데 도움을 받았다.

이 방식은 사용자 경험과 공간의 유연성을 함께 고려하도록 이끌어줬고, 
결국 ‘구조적 사고’와 ‘자유로운 흐름’이 충돌하지 않는 지점을 스스로 
내 설계 안에서 찾아가는 계기가 됐다.



『Non-Referential Architecture』, 
Ideated by Valerio Olgiati


발레리오 올지아티의 비참조적 건축 : 공간의 독립적 의미 생성

스위스 건축가 발레리오 올지아티의 비참조적 건축은 내 설계 철학에 
가장 깊은 영향을 준 이론이다. 그는 건축이 역사, 문화, 상징 같은 
외부 요소에 기대지 않고, 공간 자체로 의미를 생성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순한 기능이나 형태적 아름다움을 넘어, 건축은 순수한 공간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철학은 Villa Alem에서 또렷하게 드러난다. 올지아티는 이 건축물에서 
주변 환경과의 연결을 최소화하고, 기하학적인 내부 공간과 빛의 흐름만으로
독립적인 존재감을 만들어냈다. 나는 El Croquis를 통해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접했을 때, 공간의 자율성이 사용자에게 얼마나 강렬한 감각적 경험을 줄 수 있는지를 실감할 수 있었다.



나만의 건축 철학: 과거와 미래를 잇는 지속 가능성

앞서 이야기한 SANAA의 유연한 그리드와 올지아티의 비참조적 접근은 
서로 대조적이지만, 내게는 공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두 가지 축으로 작용한다.
SANAA는 프로그램 간 유기적 관계를 강조하고, 올지아티는 공간의 독립적인 의미 생성에 집중한다.

나는 이 두 관점을 결합해 사용자 경험과 공간의 자율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디자인을 추구한다. 최근 프로젝트에서는 SANAA의 유동적 배치를 바탕으로 공간을 구성하고, 올지아티의 기하학적 순수성을 차용해 형태를 단순하게 
정리했다. 그 결과, 복잡한 프로그램을 수용하면서도 공간이 독립적인
존재감을 갖도록 설계할 수 있었다.

우리는 매체와 이론에서 얻은 통찰을, 단순한 참고를 넘어서 설계 과정의 
적절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과거의 경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건축 언어를 지속적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엮은이_김병섭